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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페로몬_에로스의 과녁
      작가명 : 김한나, 박은주, 박정혜, 심진아, 조민정, 한규익, 한상덕
      전시일정 : 2016.08.09-08.30

페로몬 pheromone_ 에로스의 과녁


  


장신구는 몸을 치장하는 도구이며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매개체이다. 동물의 치장처럼 장신구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변모하여 유혹하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되어왔다. 보석, 귀금속 등 희소가치가 있는 물질이 자연스럽게 장신구의 주축을 이루고, 집단 속에서 그것들은 재화 이상의 강력한 상징성을 띄게 된다  


물론 오늘날 현대 장신구의 가치는 단순한 물질의 희소성을 벗어나 예술적 표현에 집중하고 있지만, 치장과 유혹이라는 기본적인 성격은 그대로 이어진다. 오히려 현대장신구는 과거보다 확장된 범주 안에서 적극적으로 몸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장신구는 개인의 의식을 외부로 표출하고 외부로부터의 메시지를 감지하는 통로가 된다.



  


타자와의 만남mating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장신구 세계는 작지만 깊고 농후하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페로몬pheromone은 고대 그리스어로 운반하다pherein자극하다라는 hormone이 합성되어 자극물질을 운반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장신구의 성격을 설명한다. 장신구의 언어는 몸을 요구하며 몸은 자극을 통한 소통을 욕망하고 소통은 다시 장신구를 매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소통과 화합이 대두되는 시대에서 장신구는 우리를 노래하게 하는 페로몬이다 


 


촉각을 사랑의 시발점으로 생각한 김한나는 신체의 접촉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주제의 설명이며, 존재하는 사물manifestation, 만질 수 있는 실체로서의 장신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신구의 근본적인 기능과 사회적 의미에 주목하는 한상덕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된 장신구의 장식적 특성,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장신구와 몸이 가지는 성적인 관계를 다루고 있다. 그는 장신구를 유혹을 위한 도구instrument of seduction’ 로 정의하며 의복과 관계하여 성적인 상상력을 일으키는 형태를 연구한다. 나풀거리는 촉수, 말랑말랑한 촉감과 피부를 누르는 질감 등 몸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을 물론, 성적 상상을 머금은 제례도구instrument of ritual의 에너지가 그가 가지는 관심사이다.   


 


성적 행동과 관련된 도구들, 예를 들면 콘돔이나 자위기구와 같은 것들은 아직 우리사회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아닌 음성적 문화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심진아는 성인용품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우리가 가진 편향된 시각에 질문을 던진다. 금속실로 엮여있어 안이 비어있는 그녀의 사물들은 신기루처럼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장신구를 정체성의 상징과 집단의 소통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는 박정혜는 인간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장신구도 하나의 성적인 제스쳐로 생각한다. 2016년 서울에 존재하는 집단간의 제스쳐는 과연 어떤 것일까? 인문학적 시각과 예술의 언어로 바라본 유혹의 기호는 작가의 섬세한 손기술로 태어나 현대 공동체를 향해 다가온다.